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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명룡 기자의 이야기가 있는 ‘소설 탁류길’-5

    채명룡

    • 2018.07.30 19:13:56

    채명룡 기자의 이야기가 있는 ‘소설 탁류길’-5

     휘적휘적 돌아보자니 달코롬 하기는 커녕 약간은 기분 나쁜 시궁창 냄새도 나는 듯 하고, 냄새 맡는데 약한 내 코에도 갯냄새와 섞인 후줄근한 비린내가 썩 기분 좋지는 않다. 그런데 묘한 일이다. 내키지 않으며 한발씩 내딛는 동안 이 후진 냄새에 동질감을 느끼다니.

    채만식은 소설 탁류<인간기념물>항구에서 하룻밤 맺은 정을 데치고 간다는 마도로스의 정담이나, 정든 사람을 태우고 멀리 떠나는 배 꽁무니에 물결만 남은 바다를 바라보면서 갈매기로 더불어 운다는 여인네의 그런 슬프고도 달코롬한 이야기는 못된다.”고 썼다.

     

    오늘 이 쓸쓸함의 그늘에서 뱃사람과 그의 아내들과 가족들이 내뿜었던 뜨거운 열기를 본다. 탈수록 뜨거워지는 연탄불처럼 치열했던 그날의 삶은 오늘도 그렇다.

    안도현 시인의 말처럼 나는 누구에게 뜨거운 가슴이었던가생각해 보는 선창으로 가는 길이다. 이 빈 길을 걷다보면 비록 색은 바랐지만 새벽을 열어갔던 험한 인생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갯가를 따라 발길을 잡는다. 햇볕이 잘 드는 날이면 골목에는 비린내가 슬며시 달라붙는다. 누구랄 것도 없이 발랄했던 그날의 기억들을 하나 둘 모아놓듯이 생선 몇 마리씩을 건조대에 걸어 놓았다. 그리워하면 속살을 내놓는 강물의 이치였을까. 사람들은 목이 말랐고 갈증을 풀듯 이 골목 어디에선가 누군가는 떠나고 또 누군가는 돌아오고 있었다.

    소설 탁류를 보면 주인공 초봉이의 아버지 정주사 또한 서천에서 논밭을 팔고 여기 째보선창에 내려 군산 땅에 자리를 잡았다.’고 줄거리가 전개되고 있다.

     

    등짐이라도 져서 자식들을 먹여 살리려는 전국 팔도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던 1900년대 초의 군산. 그 시절, 탁류의 주인공 정주사가 사금파리 같은 땅 몇 마지기를 팔아 가족들과 이주해 온 자리가 바로 째보선창이다.

    탁류처럼 혼탁한 요즘 세상의 일들을 생각하면서 뻘 속 깊이 잦아드는 상념을 하나씩 꺼내들었다. 뻘의 색깔은 더욱 진해졌다. 외면할수록 은근슬쩍 달라붙는 애정의 강도가 이랬을까.

    참 묘한 일이다. 군산을 대표하는 소설가의 이야기가 근대역사라고 하는 새로운 문화를 통해 재조명되고, 그러면서 시대상을 달리해서 나타난 인연들을 공유하고 있다니 말이다.

    그렇지만 원도심은 군산이나, 우리나라 어느 땅이나 비슷한 모습이며, 세계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로 애달프다. 사람이 그리운 게 옛 영화를 누렸던 자리이며, 이 곳이 또한 예외가 아니다.

     


     


    탁류의 정주사가 소설 속에서 고단한 삶의 짐을 내리듯 이 골목도 무거운 수고를 하나씩 내려놓았다. 그리웠던 이를 하나씩 불러보던 그 날. 이 선창의 노을은 세상을 향해 더욱 붉게 타올랐다.

    나는 그 노을을 바라보면서 누군가의 한쪽 가슴이 되기 위해 스스로 불꽃이 되거나,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웠던 날을 하나씩 그물에서 건져 손바닥에 올려놓고 생선 뒤집듯 곰곰 살펴본다.

    나는 어설픈 시멘트 바닥 위에 기다리는 건 간절해야 온다라고 쓴다.

     

     

     

    채명룡 / 2018.07.30 19: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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