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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명룡 기자의 '걸어서 걸어서’- 이야기가 있는 소설 ‘탁류길’(7)

    채명룡

    • 2018.08.13 17:43:53

    채명룡 기자의 '걸어서 걸어서’- 이야기가 있는 소설 ‘탁류길’(7)

    <흔들흔들 걸어가는 탁류길’>

     

    일자로 난 선창의 길은 외롭다. 사람 냄새가 끊긴 이 길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가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물이 빠지면 마치 어느 노숙자의 헤진 외투처럼 허접하고 눈 둘 데가 없지만, 낡아서 눈길이 가고 눈길을 좇아 가다보면 어느새 아련해지는 선창길이다.

    바람 따라 외로움이 떠밀려 온다. 외로울 땐 외로움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흔들흔들 걷는다. 후진 뒷길이나 선창, 포구, 갯가를 걸을 땐 혼자도 좋지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둘이라면 더 좋다. 앞서거나 뒤 따르면서 허름한 세월의 흔적들을 기웃거려 보는 일도 좋다.

     

    아련함은 애절함의 다른 말이다. 걸레처럼 헤진 속곳을 보여주는 선창이지만 오늘 이 순간에도 간절했던 오늘이 다시 피어나고 있다.

    고개를 떨군 어선들과 그들을 결박해 놓은 억센 밧줄과 심난한 표정의 회벽 건물들을 휘휘 둘러본다. 이 강가에서 펄떡펄떡 뛰던 물고기들과 억센 사나이들의 손짓과 아줌마들의 가쁜 숨소리가 익어갔을 것이리라.

    소설 탁류<인간기념물>에는 선창의 풍경에 대해 날이 한가한 것과는 딴판으로 선창은 분주하다. 크고 작은 목선들이 저마다 높고 낮은 돛대를 옹긋쫑긋 떠받고 물이 안 보이게 선창가로 빡빡이 밀려들었다.”라고 했다.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의 끝을 뒤좇아 밟는다. 회색빛으로 늘어선 하구의 안쪽, 생선이나 조개류를 다루어 씻어내는 오막살이 포장마차가 난간에 위태롭다. 어패류들을 다뤄주면서 생계를 이어갔던 어머니들의 거친 손과 주름진 얼굴과 헝클어진 머리칼을 생각한다.

    이 포장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낡은 함지박과 물통, 몇 가지의 플라스틱 작업용기들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일거리가 있건 없건 깔끔하게 정리하는 건 생선 다루는 작업장의 불문율이다. 그렇잖아도 비린내와 깨끗하지 못하다는 선입견이 있는 생선인데 그걸 다루는 일을 천직으로 아는 사람들이 허술히 할 리가 없다.

    두 어 평 남짓한 작업장 안에 들어서서 생선과 조개류의 살을 바르고 바닷물로 헹구어 내면서 내장과 비늘을 정리해주던 아줌마들의 날렵한 손놀림을 상상한다. 요즘은 몇 상자의 잡어들이 일거리로 남았다.

     

    사립문 열듯 살며시 밖으로 나온다. 문 밖은 하오의 바람이 무리로 일어서고 있다. 쑥 내려간 난간 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어설프게 난 계단이 뻘밭까지 이어졌다.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내려가 밀려든 뻘에 손을 얹어 본다. 시큼한 냄새가 밀려오지만 싫은 정도는 아니다.

    굵기가 엄청난 밧줄과 밧줄로 칭칭 동여맨 채 수리를 위해 기다리는 낡은 어선들과 몇 척의 바지선들이 그나마 다정한 표정이다. 힘이 빠진 배들의 그 심심한 안색을 살펴가며 선창에 널린 삶의 흔적들을 건져 올려본다.

     

     

    채명룡 / 2018.08.13 17:4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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