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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툰- <프로젝트 엔젤> 1화 - 한심한 인간 (1부)

    채명룡

    • 2018.06.25 22:29:11

    웹툰- <프로젝트 엔젤> 1화 - 한심한 인간 (1부)

    “오늘도 잃었어?”

    진우에게 소주를 따라주며 선수가 물었다. 진우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술잔이 차오르는 것을 지켜봤다. 시커먼 테이블이 투명한 소주를 사약처럼 보이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얼마나 잃었는데?”

    “쫄딱 망했다.”

    “왜, 방값이라도 잃었냐?”

    “……그게 전부가 아니니까 문제지.”

    “얼만데 그래?”

    “100.”

    “100? 한 경기에? 축구 한 경기에 100만원을 걸었다고? 미쳤냐?”

    선수가 따끔하게 일침을 놓자 진우가 대꾸했다.

    “비길 경기가 아니었어! 마지막 골 봤어? 그게 말이되? 매수야, 매수! 아…….”

    진수는 조금 전 끝난 경기를 다시 떠올렸다. 종료 직전 들어간 동점골을 곱씹으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100만원. 몇 배로 불릴 수 있었던 거금이 그 골 하나로 사라졌다.

     

    자업자득. 딱히 위로할 말이 없었기에 선수는 고개만 가로 저었다.

    “문제는 100만원이 다가 아니라는 거야.”

     

    진우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선수와 눈이 마주친 진우는 상당히 난해한 웃음을 지었다. 자괴감에 잠기기 시작했다는 징조였다. 당장이라도 밖으로 뛰쳐나가 미친 듯이 소리 지를 것 같은 미치광이의 냄새가 났다. 선수는 15년간 진우를 알아왔지만 처음으로 그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순댓국이 식어가도록 놔둔 채 진우가 그간 벌여온 일에 대한 손익 계산에 몰두했다. 숫자가 더 해질수록 진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선수의 손을 늦추며 현실을 왜곡해보려 했지만 그러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선수는 압류 때문에 찾아온 집달리처럼 싸늘한 표정으로 계산을 계속했다. 메모지는 날짜와 숫자, +, -로 빽빽해졌다.

    “그러니까, 그 선배한테 빌린 돈이 1500만원이 넘는데, 한 푼도 남김없이 다 날려 먹으셨다?”

    “야, 다 날려 먹은 건 아니지. 따기도 했다니까. 여기, 여기, 여기 봐.”

    자존심 상한 진우가 메모지를 짚으며 반박했다. 선수는 쓰레기를 치우듯 펜으로 진우의 손을 걷어냈다.

    “벌어서 다시 날렸잖아. 거기다 이자가 복리라매? 아마 지금쯤 2500만원도 넘을텐데, 이제 어쩔 생각이야? 갚을 수 있겠냐?”

    “복리든 뭐든 당장은 못 갚지. 한 푼도 없어. 순댓국 살 돈도 없다니까. 이건 니가 사는 거지?”

     

    그 말에 선수는 거침없이 욕을 내뱉었다. 진우는 그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좋은 꼴, 흉한 꼴, 볼 것 못 볼 것 다 본 사이였다. 함께 등교했고, 같은 학원을 다녔고, PC방 옆자리에서 같은 게임을 했다. 지금의 여자 친구를 소개해 준 것도 진우였다. 심성이 착하고 정도 많고 분명 나쁜 녀석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본받을만한 점도 없었다.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은 소시민의 모습 속에 어딘가 고장 난 장난감 같기도 했고, 세상물정 모르는 아이 같기도 했다. 

     

    마치 속세에서 물러나 사는 은자? 선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진우는 은자같이 고귀한 인물은 아니었다. 눈앞의 친구는 꼬질꼬질한 백수에다 빚쟁이일 뿐이었다.

    “야, 다 식었다. 밥이나 먹자.”

    벌써 우울한 현실을 잊었는지 진우는 밥을 푹 떠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오히려 걱정은 선수의 몫이었다.

    “가영이는 잘 있지?”

    후루룩 순댓국을 떠먹으며 진우가 물었다.

    “대학원 다니느라 바쁘지. 요즘 더 정신없는 것 같더라. 걔네 교수가 좀 심하게 부려먹어야지. 그냥 노예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지금도 교수가 부탁한 자료 조사 중일걸.”

    “다들 열심히 사는구나. 너도 바쁘잖아.”

     

    진우가 밥을 뜨다 말고 말했다. 자신의 처지와 빗대어 생각하니 가뭄 만난 땅처럼 가슴이 갈라지는 것 같았다.

     

    선수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직원으로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내고 있었고, 가영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는 중이었다.

    그에 반해서 진우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핑계로 하루하루를 낭비하는 중이었다.

     

    (계속)

    채명룡 / 2018.06.25 22:2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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