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시)
1월
굳게 닫힌 너의 창문
가볍게 두드리는 함박눈으로 가마
너보다 먼저,
낡은 침실의 먼지 하나가 이를 눈치채고
가만히 일어나 창문을 열어 준다면
나는 너에게 소리없이 다가가겠어
차디찬 손 내밀어
끓어오르는 네 이마를 짚어 주겠어
너에게 스미고 스며
은파호수 윤슬이 되겠어
열기熱氣 사라진 너는 흘러도 좋아
찰랑거리며 춤을 추어도 좋아
까마득히 나를 잊은 채
달포쯤 놀다 온, 선유도 바람이어도 좋겠어
네가 한 그루 나무가 된다면 더 좋겠어
어둡고 눅눅한 땅속 헤매더라도
기꺼이, 난 너의 뿌리가 되어 주겠어
네가 만약 가지를 뻗어
새가 노래할 가슴을 내어 준다면
이파리를 피워 작은 애벌레의 길이 되어 준다면
꽃을 열어 벌과 나비를 살찌게 한다면
가난한 노인의 혀를 적시는 달콤한 과일이 되어 준다면
참 좋겠어,
식물의 씨가 과육의 몸을 통과하지 않고도 안전히 박히듯
너에게 가지 않고
너를 기다리지 않고도
우린 안전하게 하나 될 수 있을 테니
자, 이제 내 손을 잡아 봐!
<이소암 시인>
한국작가회의 회원, 전북작가회의 회원, 군산대학교 평생교육원 문예창작 전담교수, 군산대 대학원졸업, 자유문학 등단(2000년)
시집 ‘내 몸에 푸른 잎’, ‘눈·부·시·다·그·꽃’, ‘부르고 싶은 이름 있거든’
이소암 시인 / 2020.01.02 11:1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