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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과 함께 걸어라) 붉은 노을에 물드는 선유도를 선물하다.

    채명룡

    • 2019.01.03 15:05:52

    (바람과 함께 걸어라) 붉은 노을에 물드는 선유도를 선물하다.

     

    - ‘선물펜션 운영 임동준 대표

    - 망주봉 능선, 고즈넉한 선유도에 물들다

     

    몇 년 만에 가보지만 섬의 정취는 한결같았다. 아련하면서도 뭔가 서운한, 그래서 자꾸만 뒤돌아보고 싶어지는 섬 길을 걷는다. 시간이 게으르게 흘러가거나, 가끔은 심심해서 따분해지다가 멍 때리기 아주 좋은 자리가 바로 선유3구 망주봉 뒤꼍 새터 마을이다.

    새벽이 가고 아침이 오기 직전의 섬마을 포구를 가보라. 물안개 비슷한 고요가 퍼져나가는 아침근처의 섬마을은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갈래갈래 이어지는 번잡한 일상을 지우고 바라보는 섬의 노을은 시시각각 다르고 매일매일 불타오른다. 황홀한 절정이 가고 저녁이 오기 직전의 고요와 평화를 담은 저녁 어스름 무렵은 압권이다. 섬만이 가지는 정겨움 혹은 안락감이랄까. 묘한 감흥이 어우러진다.

    선유도 안에서 180여평의 대지를 가진 1970년대 즈음의 집은 아마도 이 집이 유일할 것이다. 얕은 포구를 눈앞에 두면서 나지막하게 보이면서도 실제로는 낮지 않은 천장과 별채와 사랑채가 어울리는 그 집이다.

    그 날, 그 집에 가는 사람들이 선물, 선물하는 걸 보면서 무슨 선물이 많아서 그래 말할까궁금했다. 섬에서는 가끔 바보가 되는 것도 괜찮다. 물어보나 마나 그러려니 생각하면 된다. 나도 그랬다.

    창문마다 한국화 혹은 한 폭의 채색된 산수화가 담겨있는 듯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그림들을 창문을 통해서 볼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바람 한 점 타지 않는 밤을 지새우면서 섬 속에서 바람타지 않는 집을 만나다니 특이한 일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붉은 노을을 선물하려는 마음, ‘선유도에 물들다

     

     

    펜션 선물붉은 노을과 함께 선유도에 물들어 간다를 줄인 말 선유도에 물들다는 뜻이다. 바보같이 그 집의 방 한쪽에 놓인 액자를 보고서야 깨닫다니, 나의 예민한 촉이 무뎌진 까닭이다.

    임 대표는 펜션을 만들려고 어릴 때 태어나고 자란 집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한옥이 어우러지는 추억을 만들어주자고 구상했다. 이름도 예쁘게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겨울바람이 매섭던 올 2월 어느 날이었다. 불타는 노을이 지금의 새터 집 마당에까지 얼굴을 드리웠다. 마치 집이 붉은 노을에 물드는 것 같았다. 그 날 펜션 이름을 생각해 냈다.”

    바람이 쎈 섬마을의 지붕들은 낮다. 이 집도 겉으로 보기엔 낮은 지붕이다 그러나 안에 들어가 보면 반자를 없애고 천장을 그대로 노출시키면서 시원하게 높아졌음을 느끼게 해준다. 그 속에서의 안온함이라니, 그 건 이 집에서 잠을 자 본 사람만이 안다.

    임 대표는 그런 평안을 오는 이들에게 주고자 했다. 그래서 본채의 외형을 보강하고 단열과 쾌적함을 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옛것들을 있는 그대로 재현했다. 아니 옛집을 그대로 놔두면서 손대는 부분을 최소화 했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섬마을 펜션이면서 이 집은 깔끔하게 정리된 이불이 맘이 든다. 매일같이 이불홑청을 새로 갈아놓는 일은 일반 세탁소가 아닌 군산시 척수장애인협회에서 해주고 있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세탁을 맡겨주어 스스로 봉사해야할 마음의 짐을 덜고 있다. 그런 마음처럼 선물의 이미지는 깔끔하게 단장한 아가씨 같다.

    섬에 계시던 할머니가 90년대 말에 돌아가실 때까지 홀로 외롭게 지켰던 집이다. 할머니는 양식이 없는 동네 사람들에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도록 쌀을 주기도 하는 등 작은 선행을 베풀곤 했다.

    선유도에 물드는 데 더해서 어려운 이들에게 손길을 내밀었던 한 분의 살아온 내력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특이한 경험이 좋다.

     

    저녁 풍경이 어울리는 집

     

     

    물때마다 색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갯가를 바라본다. 처음 오거나 혹은 자주 오거나 다를 바 없이 부딪치는 건 시간에 맞춰 변하는 모습이다. 무심하게 바라보아도 어느새 다른 색깔, 다른 환경으로 바뀌어졌음을 발견하곤 놀란다. 눈 둘 데가 없었던 밤의 어촌, 섬마을의 어둠은 이제 안녕이다.

    새터마을에서 많을 땐 일곱 척까지 배를 갖고 있었던 할아버지가 1974년도에 이 집을 지었으니 자그만치 45년이 지났다.

    잔잔하게 어우러지는 선물 펜션의 조명과 천정의 조화, 그리고 섬에서 찾아보기 힘든 마당 넓은 집에서의 여유로움을 톡톡 건드려본다. 방마다 예전 할머니와 부모님이 살았던 정취를 그대로 두려고 했다. 벽과 문, 바깥 바람막이 덧문에서 외벽에 바른 잔돌까지 예사로 보아지지 않는다.

    서까래는 물론 대들보에서 이어진 소나무들의 굴곡과 선들이 천장을 교묘하게 연결하고 있다. 깔끔한 내부와 전등, 그리고 줄기줄기 이어진 천장에 눈이 호사를 탄다. 이런 걸 보고 옛것이 아름다운 법이라고 했던가.

    이 집을 지을 때 섬에서 배를 만드는 목수들이 선유도에서 나무를 베고 켜서 지붕과 서까래와 대들보와 마루까지 다듬고 껴 맞춰 만들었다. 지금도 온전히 남겨진 본채의 마루를 보면 목선을 만들 때 사용했던 껴맞추기 기법과 재료가 사용되었다고 한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20년 만에 집안을 정비하였는데 이때까지 곰팡이가 하나도 안 핀 거다. 양지바른 곳에 집이 들어섰고, 남향에 바람타지 않는 곳에 자리 잡았다고 하지만 이 정도로 뽀송뽀송할 줄은 몰랐다. 이런 게 명당 아닐까?”

    올해 봄에 이것저것 수리하고 다듬었으니 무려 반세기만의 새 단장이었던 셈이다. 공들인다는 건 누가 보고 안보고의 문제가 아니다. 마음속에 있는 걸 온 힘을 다해 섬기려는 의지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런 마음으로 임 대표는 할머니의 체취가 서렸던 집을 갈고 다듬었다.

     

    고군산 유일의 근대식 한옥 펜션

      
     

    고군산군도 유일의 근대식 한옥 펜션을 운영하는 별난 남자 임동준. 33녀 중 다섯째였던 그는 선유초등학교 이후 일찍 섬을 떠났다 다시 돌아온 것은 작년이다.

    선유 3구 한 켠, 일곱 가구가 옹알옹알 모여 사는 작은 포구가 아름다운 새터 마을이 고향이지만 그의 고향이 섬이라는 걸 알았던 사람은 많지 않다. 그만큼 그가 지나온 발자취가 세련되었고, 무디지 않은 날렵함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가 섬 펜션을 하니 다양한 컨텐츠가 준비되고 있다. 고군산 유일의 한옥 펜션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으니 이미 준비운동은 마친 셈이다. 물론 숙박(체류)과 맛(음식), 그리고 관광은 기본이다. 거기에 체험(작은 시장과 물수제비 대회)과 역사(고려 행궁 돌아보기)를 묶는 6차 산업형 펜션 산업을 꿈꾸고 있다.

     

    채명룡 / 2019.01.03 15: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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