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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명룡 기자의 '걸어서 걸어서’-이야기가 있는 소설 탁류길』(12)

    채명룡

    • 2018.10.10 21:02:13

    『채명룡 기자의 '걸어서 걸어서’-이야기가 있는 소설 탁류길』(12)

    <깨어진 꿈, 그 안에서 피어나는 삶의 소리들>

     

    포구나 선창에 서면 길 잃은 나그네의 마음처럼 여러 생각이 겹쳐서 온다. 갯가로 이어지는 탁류길을 찾아 가볍게 발걸음을 옮긴다. 선창 시멘트 길은 생선 짠 내가 배어서인지 약간 누렇고 군데군데 묵 빛으로 물들었다.

    그 누가 무던했던 시절이라 했는가. 회색빛 어판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면서 여기가 바로 칠산 어장을 호령했던 동부어판장 이었고, 뉴딜사업이 벌어지는 중심이라는 것을 새롭게 깨닫는다.

     

     

    누군가의 인생을 동여매듯, 침몰 직전의 낡은 배들이 굵은 밧줄로 묶여져 있다. 1930년대 죽성 포구 해안에 축대를 쌓아 어항 시설을 만들면서 째보 선창이라 불리기 시작한 곳.

    햇살에 눈부신 시멘트 길, 눈발에 묻힌 철 뭉치 고리 하나 세월 속게 고개를 모로 꼬고 있다.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으리라는 듯 고집스런 밧줄들이 엉겨 붙어 있고, 그 사이로 화려했던 선창의 소리가 들려온다.

     

    밀물이 들면 세상은 새롭게 변한다. 나지막히 기어가던 피곤한 모습의 뻘밭도 새침하게 화장한 얼굴 표정이다. 생기가 돌고 뭔가 일어날 것만 같은 표정으로 한발 쑥 가까이 다가섰다. 이게 나만의 느낌이었을까?

    그러다가 물이 빠지고 썰물 때가되면 나는 고개가 움츠러들었다. 나의 작은 가슴으로 담기엔 턱없는 이 금강의 하구를 넘보는 뻘들의 습격을 바라본다.

    지나버린 시간의 곁에서 고개 숙인 어판장, 좋은 추억에 하염없는 날들이여 안녕이다. 이젠 그렁그렁하게 턱 밑가지 쫓아 들어 온 뻘, 그 더미들이 숨을 턱턱 막히게 한다. 그 사이로 몇 마리 새들 한가롭다.

     

    탁류의 초봉이가 고태수의 마수에서 벗어나기 까지 얼마나 고단한 삶이었던가. 벗어날려고 해도 벗어날 수도 없었으며, 떼어내려 해도 딸자식 때문에 어찌할 수가 없었던 그 시대 어머니들의 숙명을 이고지고 살아남았던 초봉이.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의 갈 곳 없는 신세를 이처럼 상징과 풍자로 묘사한 채만식 작가의 담대한 정신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오늘의 물 빠진 선창은 적나라해서 슬픈 우리네 삶을 보여주고 있다. 떠돌이로 산다 해도 돌아갈 곳이 있다면 그걸로 좋았다. 오늘의 이 선창은 돌아갈 자리가 없는 기약없는 이별이라 애잔하다.

     

     

     

     

     

     

     

    채명룡 / 2018.10.10 21: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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